360년간 내려오는 종가의 비법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 작은 시골 마을에는 종갓집 10대 맏며느리이자 전통식품명인 제35호 기순도 명인이 있습니다. 360년 가까이 대대손손 내려오는 비법으로 해마다 정성스럽게 전통의 맛을 이어 가고 있지요. 명인은 45년째 늘 같은 시기에 장 담그는 일을 해왔습니다. 매년 동짓달인 음력 11월에 메주를 쑤고 한 달 정도 발효과정을 거친 후, 죽염과 함께 항아리에서 다시 숙성하지요. 명인은 그 무엇보다 ‘기본’을 가장 중시합니다. 명인이 관리하는 천여 개의 장독대 중, 종가의 내림장인 ‘씨간장’이 있는데요. 다른 곳과 그 맛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기본 베이스를 갖춘 셈이지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습니다.
기본을 지키는 전통 장 ‘그 집 장맛을 보면 음식 맛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 한식의 기본은 바로 전통 장입니다. 숨 쉴 틈 없이 쫓기듯 돌아가는 생활패턴은 맛의 깊이를 느끼며 음식을 대하기가 점점 어렵다는 걸 의미합니다. 명인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만큼 더욱 믿고 먹을 수 있는 기순도와 함께라면, 휘몰아치는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풍미의 결을 한층 높일 수 있어요. “오래오래 살면서 좋은 장 계속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는 명인. 그는 오늘도 늘 그래왔듯 복(福)을 담아 식(食)을 짓습니다.